성명서 – 과학교육 근간을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동물해부 규제 시행령(안)의 독소조항을 철회하라.

성명서

과학교육 근간을 실질적으로 가로막는 동물해부 규제 시행령(안)의 독소조항을 철회하라.

동물 보호에 관한 논쟁은 이미 철 지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은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는 내용이다. 동물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런 맥락에서 동물보호법의 제정은 필요한 것이었으며, 학교 생명과학 수업에서 실시하는 동물 실험도 이러한 동물보호법의 기본 원칙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명과학 교육과정에서 동물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지 않고 생명과학 분야를 학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특히 인체의 구조와 기능, 동물생리, 생식과 발생, 동물의 다양성 등의 분야를 학습함에 있어서 동물의 구조와 기능의 이해가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실험실습 없이, 교과서에 제시된 그림, 모형 등의 모델을 통한 수업은 3차원적인 실제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기 어려워 학습의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생명과학은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라 실험실습을 통해서 형성된 학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동물해부실험이라는 실험실습을 통해서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또한 교육과정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영재교육과 대학-초‧중등 간 연계 교육이 시행되고 있고 이들 교육과정 내에 동물해부실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이러한 실험실습 교육이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의 동물해부실험은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서도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척추동물 이상의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해부는 초‧중등 교육법에 따른 학교에서 직접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동물 사체에 대한 실험 위주로 실시되고 있다. 사체의 무척추동물이나 해부용으로 고정액으로 고정된 척추동물 혹은 사체의 기관들(소 눈, 돼지 심장, 신장 등)은 사역동물 실험이나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어서 동물의 생명 존중 등 법 제정의 취지와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사체나 고정된 동물을 이용하여 해부실험 시 동물보호와 생명윤리 부분에 대한 교육을 포함시켜 교육을 하면서 실험실습을 수행하면, 교육의 목적과 생물윤리에 관한 법 제정의 취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의 내용 중 에는 유감스럽게도 학교 교육에서의 실험 교육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의하면「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는 ‘동물실험시행기관’이 아니므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의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해당 위원회의 설치를 강제하여 학교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의 보호와 윤리적 취급 등을 위해 설치‧운영하는 것으로 학교의 교육활동에 관한 심의 권한이 없다. 더 나아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각종 위원회를 설치 제안하는 것은 학교 업무량의 과다를 불러일으키고, 교육과정과 무관한 피상적인 윤리를 다루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한 해부 실습의 심의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해부 실습 심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 밖일 뿐만 아니라 해당 위원회에 수의사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많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수의사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과는 거리가 멀어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더 나아가 전국 11,657개 학교 수(초: 6,087, 중: 3,214, 고: 2,356)를 감안하면 수의사의 참여는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선의에서 비롯된 개정안이라고 하더라도 이 안은 초‧중등 교육법에 따른 학교에서의 동물해부 실험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규제일 따름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철회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법에 따른 학교에서 필요한 동물해부 실험을 담당하는 교사가 교육과정과 동물보호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장의 책임하에 담당교사의 판단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생물과학협회(한국생태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동물분류학회, 한국유전학회, 한국환경생물학회, 한국곤충학회, 한국식물분류학회),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초등과학교육학회, 한국현장과학교육학회, 전국과학교사협회, (사)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사)한국과학문화협회